감사합니다.
모처럼 집안의 큰 잔치를 치르듯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누군가는 벽보를 붙이고 현수막을 걸었고, 누군가는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고, 누군가는 오는 이를 반길 입구를 챙겼으며 누군가는 무대를 꾸미고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저마다 맡은 일을 하면서도 사이사이 도착하는 옛 동료들과 격한 인사 나누기를 늦추지 않으며 다시 그 옛날의 하자 죽돌, 판돌이 되어 마을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그립던 모습들이 속속 등장했고, 묻혀 있던 이름들을 더듬더듬 기억해내며 포옹과 코끝 찡한 인사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대단위의 재회가 벌어지는 전에 없던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20년 만에 보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낸 후의 만남인 것만 같았던 까닭은 하자에서의 시간이 그만큼 뜨거웠던 이유이겠고, 하자 밖의 세상이 생각만큼 춥다는 것을 저마다 경험한 이유일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은 것도 하자 오픈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고래이야기를 새겨 넣은 티셔츠를 입고 하자 스무 살을 축하하는 의례는 낯선 경험이었지만, 명절날 부모님 집 옷장에서 손에 잡히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식구들과 둘러앉을 준비를 하는 것 같은 익숙함이었습니다.
강렬한 비트로 시작을 열어준 펑키짱은 이제는 왼쪽 무릎이 시린 나이가 되었다 했지만 1999년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젊은 음악인이었습니다. 하자의 첫 모습을 기억하는 천정현은 Once upon a time in haja를 보여주었고, 객석에서 튀어나온 노리단의 등장은 돌아온 히어로의 모습과도 같이 순식간에 모두를 그 옛날의 열광으로 초대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솔가는 역시나 노래로 평화를 선물해 주었고, 하자에 왔던 그 모든 날들이 집에 가기 싫은 날들이었다는 혹이심의 허심탄회 이야기, 나무, 푸른, 강구야의 ‘하자야 고마워’는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 같이 뭉클했습니다. 4년만에 잠시 재결성한 유자사운드는 조한의 신청곡 'In My Life'를 부르며 10년마다 부활을 예고했고, 현역 죽돌 밴드 지삼선의 무대는 유자만큼 유유자적하고 의젓했습니다. 페스테자는 두말할 것 없이 완벽한 리듬과 노래로 브라질리안 흥세포를 다시 깨워주었습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으면 하자는 문을 닫아도 되는 동네라는 조한의 일침을 ‘하자다움’에 대한 주문으로 받으며 우리 모두 스무 살 생일 하루 동안 지난 20년을 소환하며 모두가 하자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하자의 죽돌, 판돌들과 앞으로 하자에 올 그들에게 하자의 등대가 되어 향후 20년을 밝혀 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또 하나의 하자를 하는 것이라 소회를 밝혔던 강구야의 이야기처럼 지금 우리는 하자에서의 경험으로 각기 다른 곳에서 또 하나의 하자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디선가 곳곳에서 작은 빛을 내는 하자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haja 20' 등번호를 달고 말입니다.
늘 하자의 뒷배가 됨을 서슴지 않으시는 큰산 박홍이 선생님, 새로이 청문원장을 맡아 주신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상국 교수님 축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달음에 달려와 준 모든 분들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함께하지 못했지만 잊지 않고 메시지로, 선물로, 음식으로 마음 전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평생의 인연을 만들어 준 하자야 고마워!
하자스무살생일파티 추진단
(파티 장면장면) 2001년 대중음악작업장 판돌이었던 펑키짱의 디제잉으로 하자 스무 살 파티를 열었습니다.
(파티 장면장면) 페스테자의 공연 중에서, '스무살을 축하하는 노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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