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하자를 접수(?) 하고(그 당시에는 이름도 하자가 아니었지요. 서울시 청소년 **** 센터였나?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지금의 하자 공간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은 ‘뜨악’이었습니다.
버려진 것들은 참 기가 막혔습니다.
회장님들이나 앉을 거 같은 커다랗고 반들반들한 소파들과 궁서체 글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는 거대한 액자들, 재활용을 상상하기 어려운 책상과 의자들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버려진 것들 중에 아주 기가 막힌 것들도 있었습니다. 낡았지만, 그 안에 괜찮은 성능을 지난 부품들을 가득 품은 PC들이 사방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예산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고, 높은 사양의 PC 를 구매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버려진 낡은 PC 들의 부품들을 조립하여 팽팽 돌아갈 것 같은 PC 들을 만들어 놓고, 전원 스위치를 누를 때의 긴장감을 기억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화면에 윈도우 화면이 열리는 PC 들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기뻐했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아마 당시에 PC 를 버리고 간 분들은 PC 겉모습만 보고 그 안에 어떤 부품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는 분들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PC들로 수많은 문서들을 만들며 서울시와 소통했습니다.
그 당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는 문서의 글꼴(폰트)과 글꼴 크기(폰트 크기) 문제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죠?
서울시에서 민감하게 보는 부분이 그 부분들이었죠. 내용보다는 글꼴과 글꼴 크기가 문제였죠. (모 나중에는 저희가 적응을 해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의 모든 분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그러셨다는 것. ㅎ 그리고 아주 옛 이야기일 뿐이죠. 지금은 서울시에서 엄청 잘 해 주고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 이 부분은 서울시와 소통을 책임졌었던, 가끔은 행정방에서 기타를 쳤던 최필수 교수님이 가장 잘 아시니 나중에 더 이야기해 주실 겁니다. ^^
음. 생각해 보니, 너무 옛날이야기만 하는 옛날 사람이 된 거 같아, 옛날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까 합니다. 고마운 이야기로 이젠 전환하죠. ㅎ
고맙다라는 말은 꽤 재미있는 의미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고마’의 어근은 ‘곰’이고, 여기에 ‘아’ 접미사가 붙었다고 합니다.
‘감’이라는 말이 ‘신(神)’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고마(恭敬)의 ‘곰’도 ‘감(神)’과 동원어(同源語)라고 합니다. 고대인에게 있어서 공경, 존귀의 대상은 신이다. 따라서 신에게 감사한다는 어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국립국어원 발췌)
그런데 재미난 것은 여기부터입니다.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하는 인사가 ‘고마워`였다고 합니다. 죽음을 불사하고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그 산모의 모습이 신의 모습이고 그래서 그 산모에게, 그 신에게 고맙다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여러 생명이 있게 한 하자가 저는 정말 ‘고맙습니다.`
하자는 이십대 후반의 저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해 주었고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제가 사업을 시작하게 영감을 준 것도 하자입니다. 영감뿐 아니라, 좋은 동료를 만나게도 해 주었습니다. 우도명 이사님입니다. 그분은 하자의 1호 개발자였고, 지금은 함께하는 회사에서 개발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헤아릴 수 없이, 고마운 것이 많군요. 모 글이 끝나지 않을듯해서, 이 이야기를 하고 마칩니다.
고마워, 고마워 하다 보니, 그 고마운 대상이 누구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하자는 단순히 공간의 개념도 아니고, 위탁 시설의 이름만은 더더욱 아닙니다.
또한 `나와 분리된` 어떠한 객체 또한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 하자`입니다.
하자의 정신을 공유한 우리 모두, 수 많은 실험과 실패와 성공을 공유하는 우리 모두가 하자 입니다.
그래서 정말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주셔서, 이런 좋은 기억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그리고 앞으로의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셔서, 모두들 고맙습니다.
천정현 드림
ps. 기차에서 급하게 써서, 그리고 노안으로 인해, 오타와 비문이 가득할 겁니다. 이해 부탁 드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