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레이스
2019.12.09
그레이스 2019.12.09

미술관 습격에서 슬램을 선보였던 원이의 '굿'

사후 도록에 실었는데, 글이 좋아서 옮겨 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은 참으로 남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굿

나는 불안에 있었지.

누알 위의 털을 일으키튼 기운에 서려있고 상황과 인식 사이에 정지한 바람에 서려있고 너무 많음과 너무 없음의 자잘한 경계에 나는 서려있고 불.안.이라는 선분과 곡선에 서려있고 끊임없이 이 몸 저 몸에 서려있어 온 내가 서려있는 불안에 결국 서려있었지 우리 엄마는 먹지 못한 복숭아와 커다란 착각속에서 나를 낳았다. 나는 불안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건조한 피부 속에 불안을 넣어둔 채 여기서서 나들을 보고 있어. 나의 긴장과 나의 정지와 나의 모든 자잘한 경계에 불안이 서려있듯 나는 나들에 서려있어. 나들의 숨소리 나들의 재능 나들의 형편없음 나들의 짜증과 나들의 어리광 모든 것에 불안이 서려있어.

 

그러니 이제 나들아 나에게 나들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나들 속의 위험을 꺼내보일 수 있는 기회를. 나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기회를. 나들과 함께 숨쉬고도 벅차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나들아 나들에게 나들아 불안에게 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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